거래소 수수료 안내 페이지를 열어 보면 숫자 자체는 시시합니다. 0.02%니 0.05%니 하는 값이라 한 번 매매할 때는 티도 안 납니다. 그런데 석 달 뒤 계좌를 보면 같은 요율을 쓰는 사람들끼리도 깎여 나간 금액이 몇 배씩 차이 납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요율이 아니라 그 요율이 몇 번 곱해졌는가입니다. 이 글은 선물 수수료가 붙는 자리를 정리하고, 할인과 페이백이 실제로 닿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요율보다 훨씬 큰 변수인 매매 횟수를 90일 실측 신호 분포로 어떻게 어림잡는지를 다룹니다.
수수료는 세 군데에서 붙는다 — 그중 하나만 요율표에 있다
주문 한 번에 계좌에서 빠지는 돈은 요율표에 적힌 것 하나가 아닙니다.
- 거래 수수료 — 요율표에 있는 값입니다. 호가창에 주문을 걸어 두고 상대가 와서 체결시키면 메이커, 이미 걸린 호가를 쳐서 즉시 체결시키면 테이커입니다. 메이커가 싸고 테이커가 비쌉니다.
- 슬리피지 — 내가 보던 가격과 실제 체결가의 차이입니다. 요율표에 없고 명세서에도 따로 안 찍히지만 실제로 나간 돈입니다.
- 펀딩비 — 포지션을 들고 있는 동안 8시간마다 정산되는 금액입니다. 이건 수수료가 아니라 롱과 숏 사이에 오가는 돈이라 방향에 따라 받기도 합니다. 셈법은 펀딩비 계산에 따로 적어 뒀습니다.
이 셋을 묶어 체결비용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요율만 보고 비용을 계산하면 대개 실제의 절반쯤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모든 매매는 두 번 냅니다.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입니다. 테이커 0.05%라면 왕복 0.1%가 기본값입니다. 이 글에서 비용을 말할 때는 전부 왕복 기준입니다.
해외선물 수수료와 코인 선물 수수료는 셈법 자체가 다르다
"해외선물 수수료"로 검색해서 온 분들이 코인 거래소 요율표를 보고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두 시장은 수수료를 매기는 단위가 아예 다릅니다.
| 해외선물 (CME 등) | 코인 무기한 선물 | |
|---|---|---|
| 부과 단위 | 계약당 정액 | 명목가 비례 (%) |
| 표기 | 왕복 몇 달러 | 메이커·테이커 요율 |
| 포지션 크기와의 관계 | 계약 수에만 비례 | 금액에 그대로 비례 |
| 만기 | 있음 | 없음 (무기한 선물) |
해외선물은 계약 하나당 얼마가 정해져 있어서,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수수료는 같습니다. 코인 무기한 선물은 명목가에 요율을 곱하므로 같은 계약이어도 가격이 오르면 수수료도 같이 오릅니다. BTCUSDT 0.1개를 잡을 때 비트코인 가격이 두 배가 되면 내는 수수료도 두 배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해외선물 쪽에서 익힌 감각을 그대로 가져오면 어긋납니다. 저쪽에서는 "계약 수를 줄이면 비용이 준다"가 성립하고, 이쪽에서는 계약 수와 별개로 금액과 레버리지가 비용을 정합니다.
레버리지는 수수료율을 그대로 곱한다
수수료는 증거금이 아니라 명목가에 붙습니다. 이 한 줄이 실제로는 꽤 큽니다.
증거금 1,000달러로 10배를 써서 명목가 10,000달러 포지션을 잡으면, 테이커 0.05% 기준 진입에 5달러가 나갑니다. 나올 때 또 5달러입니다. 왕복 10달러는 명목가 대비 0.1%지만 증거금 대비로는 1%입니다. 20배면 2%, 50배면 5%입니다.
배수를 올리면 같은 매매에서 계좌가 깎이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집니다. 배수가 청산 거리만 줄이는 게 아니라 비용도 같이 키운다는 뜻이고, 이 부분은 배수 슬라이더를 만질 때 거의 눈에 안 들어옵니다. 배수가 정확히 무엇을 바꾸는지는 레버리지 배수 조정에 정리해 뒀습니다.
요율은 거래소가 정하고 왕복 횟수는 시장이 정하지만, 레버리지 배수는 전적으로 내가 정합니다. 세 항목 중 가장 손쉽게 만질 수 있는 손잡이가 비용을 가장 크게 흔듭니다.
요율보다 큰 변수는 횟수다 — 90일 실측으로 본 매매 빈도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수수료 논의가 대개 요율에서 멈추는데, 실제로 계좌를 가르는 것은 곱해진 횟수 쪽입니다.
SignalLab이 바이낸스 374종목을 90일간 기록한 건수는 이렇습니다.
- 5이평 다이버전스 22,205건 (상승 11,875 · 하락 10,330)
- 10이평 다이버전스 9,900건 (상승 5,360 · 하락 4,540)
- 삼박자 타점 2,194건 (매수 1,354 · 매도 840)
합쳐서 34,299건입니다. 374종목으로 나누면 종목 하나가 90일에 약 92건, 하루 한 건꼴입니다. 종류별로 쪼개면 5이평이 약 59건, 10이평이 약 26건, 삼박자가 약 6건입니다.
이 숫자를 왕복 0.1%에 곱해 봅니다. 한 종목에서 5이평 신호를 전부 왕복했다면 90일 동안 명목가의 약 5.9%가 체결비용으로 나갑니다. 10배 레버리지였다면 증거금 대비 약 59%입니다. 같은 기간 삼박자만 잡았다면 약 0.6%, 10배에서 약 6%입니다.
요율은 같은데 결과가 열 배 차이 납니다. 무엇을 골랐느냐가 어디서 거래하느냐보다 큽니다.
시간봉 하나가 할인 코드보다 크다
시간봉을 바꿨을 때 횟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같은 기록에 있습니다.
- 1시간봉 28,162건
- 4시간봉 6,137건
4.6배입니다. 같은 종목, 같은 지표, 같은 요율인데 시간봉만 한 칸 올리면 곱해지는 횟수가 5분의 1로 떨어집니다.
수수료 할인과 나란히 놓아 보면 크기가 보입니다. 앞의 5이평 예시(90일 59회, 명목가 5.9%)를 기준으로,
| 손을 대는 곳 | 90일 체결비용 (명목가 대비) |
|---|---|
| 그대로 | 약 5.9% |
| 수수료 20% 할인을 받음 | 약 4.7% |
| 시간봉을 1시간에서 4시간으로 올림 | 약 1.3% |
할인은 요율에 곱해지는 비율이고 시간봉은 횟수에 걸리는 배수입니다. 할인을 받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순서가 있다는 뜻입니다. 할인 조건을 뒤지기 전에 자기가 90일에 몇 번 왕복하는 사람인지부터 세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이 표는 비용만 본 것입니다. 시간봉을 올리면 잡히는 자리도 같이 줄어들고, 한 번의 진입에서 감당해야 하는 변동폭은 커집니다. 비용이 줄었다고 그 자체로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비용 항목 하나에 한해서는 시간봉이 할인율보다 훨씬 큰 손잡이라는 것까지입니다.
할인과 페이백이 실제로 닿는 범위
정리하면 수수료를 낮추는 경로는 대체로 셋입니다.
등급 할인. 30일 거래량과 보유 자산으로 등급이 갈리고, 등급이 오르면 메이커·테이커 요율이 함께 내려갑니다. 다만 등급을 올리려면 거래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 거래량 자체가 수수료를 내면서 쌓은 것입니다. 할인을 받으려고 횟수를 늘리면 앞의 계산에서 진 쪽이 됩니다.
추천 코드 할인. 가입할 때 코드를 넣으면 요율의 일정 비율이 깎입니다. 한 번 넣으면 끝이고 추가 조건이 없어서, 셋 중에서는 가장 손해 볼 게 없는 경로입니다. 이미 계정을 만든 뒤에는 소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이백(리베이트). 낸 수수료의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대개 상위 등급이나 메이커 주문에 붙습니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역전이 있습니다. 페이백을 채우려고 매매를 늘리면, 돌려받는 금액보다 늘어난 왕복 횟수의 비용이 큽니다. 돌려받는 비율이 요율의 일부인 이상 이 부등호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세 경로 모두 요율 쪽을 건드립니다. 요율을 아무리 낮춰도 0 아래로는 못 내려가고, 횟수는 상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용 관리의 상한은 할인율이 아니라 매매 횟수가 정합니다.
메이커가 싼데 왜 다들 테이커로 넣나
요율만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지정가로 걸어 두면 메이커 요율이 적용되고, 대개 테이커의 절반 이하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안 되는 이유는 안 잡힐 수 있어서입니다. 신호는 봉이 닫혀야 확정되는데, 확정 시각에 걸어 둔 지정가가 체결되지 않으면 자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안 잡힌 자리의 비용은 명세서에 안 찍히지만 없는 게 아닙니다.
호가가 얇은 종목에서 이 문제가 커집니다. 90일 기록에서 5이평 신호가 가장 많이 나온 쪽은 ESPUSDT 81건, YBUSDT 81건, NEIROUSDT 79건 같은 종목들이고, 삼박자 상위는 BNBUSDT 15건, QNTUSDT 15건, ETHUSDT 14건입니다. 앞쪽은 회전이 빠른 대신 호가가 얇아 슬리피지가 크고, 뒤쪽은 호가가 두터운 대신 자리가 드뭅니다. 요율표는 두 경우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대체로 이렇게 갈립니다. 호가가 두터운 BTCUSDT·ETHUSDT 급에서는 지정가로 걸어 메이커를 노릴 만하고, 얇은 종목에서는 메이커 요율을 아끼려다 슬리피지로 더 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자기 요율로 직접 계산하는 순서
여기 적은 0.05%는 설명을 위한 가정값입니다. 요율은 거래소·등급·정산 토큰 사용 여부에 따라 다르고 개편도 잦으니, 반드시 자기 계정의 수수료 화면에 떠 있는 값을 넣어야 합니다.
- 내 메이커·테이커 요율을 확인합니다. 표에 적힌 기본 요율이 아니라 내 등급에 적용된 값입니다.
- 왕복 비용률을 만듭니다. 진입 요율 + 청산 요율입니다. 둘 다 테이커면 요율의 두 배입니다.
- 레버리지를 곱합니다. 증거금 대비로 보려면 배수를 곱합니다. 여기까지가 매매 한 번의 비용입니다.
- 90일 횟수를 곱합니다. 위 실측 건수(5이평 59건 · 10이평 26건 · 삼박자 6건)를 자기가 보는 종목 수와 시간봉에 맞춰 조정하면 어림값이 나옵니다.
- ATR과 비교합니다. 그 종목이 한 봉에 평균 몇 % 움직이는지가 ATR입니다. 왕복 비용이 ATR의 상당 부분을 먹는다면, 그 시간봉에서는 비용 구조상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재는 방법은 ATR 지표 활용법에 있습니다.
5번이 이 순서의 목적입니다. 수수료가 비싼지 싼지는 절대값으로 정해지지 않고 그 시간봉의 변동폭 대비로 정해집니다. 1시간봉에서 ATR이 0.4%인 종목에 왕복 0.1%를 내고 있다면 비용이 변동폭의 4분의 1입니다. 같은 비용을 ATR 2%짜리 4시간봉에 내면 20분의 1입니다. 요율은 그대로인데 무게가 다릅니다.
수수료 이야기가 결국 시간봉 이야기로 끝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요율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여기까지는 안 나옵니다.
처음 보는 말이 있으면 용어 사전에 다이버전스·펀딩비·미결제약정 등을 풀어 두었습니다.